우리 아가가 온 날

2013.08.05 16:54 from 태교 일기

현재 임신 23주 막바지!

그야말로 임신 중기를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도

우리 아가가 온 날은 정말 생생히 떠오른다 ^^

 

일주일이 넘도록 "그 날"이 늦어졌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통증도 배란통으로만 알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9시~ 10시면 쓰러져서 잠 들곤 했던 시기가 이 때부터였는데

이것도 뭐 원체 잠이 많던 나이기에 ㅋㅋ

특별한 증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냥 요즘 좀 피곤한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엄마가 "내일 목욕탕 갈래?"

라고 하는 말에 갑자기 내 뇌리에 '혹시....?'

라는 생각이 스쳤다

 

임신하면 뜨거운 탕 목욕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던 선배 언니의 말이 갑자기

머리 속에 콱 박히면서 본능적으로 내 발걸음은 약국을 향해 총총..

 

혹시, 설마?

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동물적으로 우리 아가를 사수하기 위한

본능이 그 때부터 발동했던 것 같다. ㅎㅎ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한꺼번에 10개 정도 사왔는데,

(앞으로도 쓸 일이 많것지...라는 생각에)

나는 단 한 개의 테스트기로 미션을 클리어 ..;; 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선명한 두 줄!

엄마! 나 여기 있어! 까꿍~

하는 듯한 정~말 선명한 두 줄!

 

테스트기를 잡고 있던 두 손이 덜덜 떨리고

두 눈이 정말 동그래 졌다

 

믿을 수가 없어서 테스트기의 겉 껍질에 써 있는 사용설명서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두 줄은 임신이 확실했고

특히나 저녁에 나타나는 두 줄은 더욱 확실하다는 것!

(저녁에는 흐리게 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아침에 하는 것이 정확하다는데, 나는 저녁에 했지만 정확한 두 줄이 나왔으므로

아침에는 해보나마나였던 것이당)

 

내 뱃 속에 아가가?

 

나의 이 뱃 속에 생명이?

 

두 개의 심장인 하이브리드가 된 것인가, 나도 드디어;; ㅠㅠ

 

심호흡을 몇 번이고 크~게 하고는

 

소파에 벌러덩 누워 tv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후덜덜..;; 떨면서..

 

"오빠.. 나 어떡하지"

 

"왜?"

 

"........."

 

"왜?"

 

"나... 임신 한 것 같아"

 

그 때 오빠의 미묘한 미소란;;;

정말 잊혀지지가 않는다

꿈인가? 생시인가? 이런 표정이랄까?

 

사실 오빠는 길에 지나가는 아이들을 봐도 시큰둥 하고

자기 스스로도 아이들은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라고 말해왔던 터라

그다지 자식 욕심 (?)이 있다고는 생각 안했는데

 

기대가 크지 않았던 탓인지;;

 

오빠가 생각보다는 우리 아가를 반겨주는 (??? -.-) 눈치였다.

 

지금이야 그 누구보다 우리 아가를 아껴주는 좋은 아빠이지만.. ^^

 

그 날 밤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 침대에 누워서 배를 계속 만져 봤다

 

진짜 이 속에 아가가 있을까? 정말 일까? 테스트기가 맞겠지?

 

그 와중에 오빠는 유명한 산부인과를 찾아 인터넷 서핑에 몰두하고

이리저리 찾아본 병원 중에 가장 가깝고 좋다는 곳을 찾아

그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찾아갔던 기억이....

 

산부인과에 도착하자,

배 부른 산모들이 북적북적

내가 지금 오빠랑 어디에 온 건지,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을

우리도 하는 건지...

(축하드려요, 임신맞슴당~ 이라는 의사의 멘트.. ㅋ)

 

멘붕상태로 순서를 기다리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대기시간보다 훨씬 빨리 우리를 불러줬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오빠는 밖에서 기다리고

나는 초음파 의자에 앉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내 자궁을 쓰윽~ 둘러보더니

 

"자궁 안에 아기집이 자리를 아주 잘 잡았네요.

수정이 아주 잘 된 것 같아요. 축하합니다, 임신 맞으세요. 이제 4주 되셨네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감~

 

으허허헉~

 

그 때도 나의 손은 부들부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거지, 지금?

싶다가도

이런 큰 축복이 나에게도 왔구나...

싶다가도

내가 어떻게?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내가? 나 하나도 건사 못하는 내가?

싶다가도

아가야 엄마만 믿어!

싶기도 하고...

 

정말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다.

 

뒤늦게 "보호자"님 이신

오빠가 들어오셨고, 선생님은 아기집이 덩그러니 그려진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며

오빠에게도 축하의 멘트를 날리셨다

 

오빠는 아기집이 뭔지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2주 뒤에 다시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

그 때는 아가의 심장 소리도 들려주신다고 했는데,

지금 그 심장은 정말 쿵쾅쿵쾅 잘 뛰면서

나의 뱃 속에서 잘 자라주고 있다. ^^

 

오빠와 나에게 와 준 우리 아가

 

정말 고마워 ^^

 

그 때처럼 내 평생 떨렸던 순간도 없었던 것 같아.

 

몸과 마음 건강하게 크고 있는 우리 아가, 남은 임신 기간 동안에도

엄마가 건강하게 지켜줄게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피치 림 트랙백 0 : 댓글 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종민 2013.09.10 15:52 신고

    ㅋㅋ 네~ 이미 구미로 왔습니다. 추석날 출국이에요~~ 반가운 새 글들이 올라와서 좋네요~~ 이번에 못뵈서 아쉬웠지만 기회가 또 있겠죠 ㅋㅋ 태교 잘 하시고 저 같은 귀여운 아이 낳으세요 ㅋㄷㅋㄷㅋㄷ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