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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7 우리 아가를 처음 만난 날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오후 3시 31분

우리 아가를 처음으로 만났다

두 남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딱 보름이 되는 오늘

그 날로 돌아가면 행복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인다.

 

11월 22일 아침 여섯시 반 즈음,

남편 출근을 돕기 위해 일어났다가 화장실에서 이슬을 봤다

 

드디어 우리 아가가 우리에게 오는 건가?

너무나 설레이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예정일이 다 되도록 자궁문이 꽁꽁 닫혀 있어, 유도분만 이야기도 나왔던 터라,

우리 아가의 이슬이 얼마나 기특하고 장하던지...

그 때는 산고의 고통을 상상도 못했을 때였다. ㅠㅠ.

 

이슬을 보고도 2주가 지나야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기에

마음을 편안히 먹고, 남편을 여느 때와 같이 출근 시키고

나는 엄마와 함께 점심을 사 먹으러 백화점에 갔다.

 

그 때부터 살살 느껴지는 진통..

진통 어플로 시간 간격을 재어보니 4분 간격, 5분 간격으로

꽤나 빠른 주기로 진통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통의 강도가 그리 세지 않았고

생리통할 때의 느낌과 비슷해서

"이 정도 가지고는 애가 나오지도 않지~"

라면서 엄마와 즐거운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간격이 좁아지면서 점점 진통이 길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병원에 일찍가서 묶여 있고 싶지 않았고, 참을 수 있는데까지 집에서 진통을 하다가

병원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체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4분 간격이면 병원에 가야하는 게 맞는데, 진통이 약하다고 하니

이상하다고.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게 됐는데, 맙소사.

 

의사샘은 아프지 않았느냐며, 벌써 자궁문이 2센치나 열렸으니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했다.

 

그 때 나는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저녁 밥도 든든히 먹고 ㅋㅋㅋ

짐도 제대로 챙겨서 오고 싶다고. 지금 별로 아프지 않다고 의사샘에게 말했고

의사샘은 초산부이니 아가가 급하게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아 보내주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아파지면 지체없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겁도 없이 집으로 다시 돌아간 나.

 

태연한 척 집으로 왔지만 오는 차 안에서도 아가의 신호는 계속되고...

진통이 올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도 엄마가 정성껏 해주신 밥은 넘어가지도 않고

두근두근.. 심장만 계속 뛰었다.

 

오늘 우리 아가를 만나는 걸까?

오늘? 오늘?

내가 엄마가 되는 걸까? 내가? 내가?

 

그러는 와중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진통이 강하게 오기 시작했는데

남편은 그 날 따라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하고...

남편에게는 천천히 오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얼른 달려와 줬으면.. 회사에 반차라도 내서 그냥 나한테 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남편이 돌아오고, 남편과 침대에 누워 진통이 더 강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캐롤을 듣고, 임신 기간 중에 남편에게 고마웠던 마음도 표현하고

오빠도 나에게 그 동안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서 훈훈하고 설레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녁 10시 즈음,

아, 이거다.

싶은 강한 진통이 왔다.

 

후다닥 엄마와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길,

벌써 자궁문 다 열린 거 아니겠지? 한 시간 만에 아가 만나는 거 아니야?

낄낄낄.

이러면서 빠르게, 하지만 별 고통없이 열리는 듯 했던 나의 자궁으로 농담을 하고 있는데.

그 때는 이럴 줄을 몰랐지.

그렇게 난산이 될 줄이야. ㅋㅋ ㅠㅠ~

 

병원에 도착해 입원 수속을 밟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한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태동 측정기와 내진으로 측정한 결과,

두둥.

아직도 자궁문은 2.5센티 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그 때부터 약간의 멘붕이 왔다.

 

역시, 아가는 쉽게 세상에 나오는 게 아니었어.......

 

그 때는 우아하게 남편이랑 함께 배웠던 호흡법도 함께 하고

진통도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이었고, 3센티가 열리면서

무통 주사를 맞았다.

 

그 때부터는 무통 천국의 시작!

하지만.... 8시간 후, 무통이 끝날 무렵에 내진 결과는 역시나 3센티!!!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ㅠㅠ

무통 맞는 동안 자궁문이 모두 열리고 무통 끝나는 순간

힘줘서 아가 낳는 상상을 했던 모든 꿈이 사라진 것 이다....

 

그 때부터 엄청난 진통에 시달렸다.

진행도 되지 않고 진통만 심해지니, 병원에서는 나의 요청에 따라 무통을 한 통 더 놔줬는데

이미 그 때는 무통도 듣지 않을 정도의 강한 진통이 시작 됐다.

 

침대 난간을 붙잡고 신음 소리를 내면서 엄청 울었던 그 진통은

단순히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배가 아픈 순간에 내가 힘까지 줘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진통이 있을 때 힘을 줘야 아가가 밑으로 잘 내려올 수 있는데,

힘을 준 다음에 밀려오는 그 고통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끔찍한 고통이었다.

아마 아가가 밑으로 점점 내려오면서 골반이 열리고 아가가 밑으로 끼면서 생기는 고통이었겠지

 

진통이 15시간을 넘어가면서

병원에서는 수술 이야기를 꺼냈다.

진통 시간이 길어져서 산모가 힘이 없고 아이는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그 때 만큼은 나도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냥 수술해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무서워 보이는 간호사 한 명이 들어오더니

 

"산모님, 이렇게 힘 안 주시면 어쩌려고 그래요.

누가 애 대신 낳아주는 거 아니에요. 산모님이 낳는 거잖아요.

근데 이러고 있으면 아이는 더 힘든데, 어쩌실거에요? 네?

쪼그리고 누워서 엉덩이를 손으로 올리고 그 반대방향으로 힘준다고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 힘 주세요!"

 

하고 힘 빠져 있는 나를 오히려 따끔하게 혼 내고 가는 게 아닌가?

 

축 쳐져 있던 나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나라고 왜 못 낳아? 수술 할 필요 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 때부터 정말 죽을 힘을 다해 힘 주고, 힘 준 다음에 오는 정말 지옥 같은 진통을

온 몸으로 느끼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ㅠㅠ

 

남편 말로는 반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했는데,

남편 머리도 잡았다고 한다....

헐... 내가 그럴 줄이야.

정말 나에게는 잡고 힘 줄 것이 필요했다.

왜 사극에서 줄을 손에 잡고 힘주는 지 정말 절실히 깨달았다.

천장에 줄이라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정말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또 몇 시간을 지옥 속에서 힘을 주니,

아가가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는 기적같은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담당 의사가 들어왔고, 이제 몇 번만 더 최선을 다해 힘 주자고, 그럼 아가 나올 거라고.

 

마지막 진통이 슬슬 오고, 나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죽을 힘을 다해, 악 소리도 나오지 않을만큼의 힘을 주었다.

 

"자, 한 번만 더요! 지금! 지금! 힘 한 번 더 주세요!"

 

다시 한번, 죽을 힘을 다해, 그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며, 다시 한 번 윽!!!

 

"어깨 걸렸어요, 마지막 한 번!!"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에 내 몸이 부서질 듯한 진통을 견디며 힘을주는 그 순간,

무언가가 쑥, 나오는 느낌과 함께 우리 아가 첫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그 저릿한 느낌...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아... 우리 아가. 라는 느낌보다는

나 살았다... 이제 끝났다... 후아............

 

이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아가를 처음 봤을 때, "넌 누구니?"

ㅋㅋㅋㅋㅋ 라고 말할 뻔....

너무나 낯설었다. 지금은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내가 이 아이 없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만큼

생각만 해도 행복한 눈물이 주루룩 흐를 만큼 소중하고 예쁘지만....

 

그 무엇보다도, 분만 전에 남편과 함께 할까 말까를 고민했었는데

결국 가족분만실에서 남편과 둘이서 오롯이 우리 아가를 기다렸다.

그런데,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내가 진통오고 힘 줄 때마다 남편이 손을 꼭 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주었고

눈물도 닦아주고 땀도 닦아주면서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남편의 손길이 너무나 큰 힘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우리 둘이 함께 해 냈다는 사실이 우리 둘에게 너무나 크고 끈끈한 무엇인가를 안겨줬다.

 

이제 우리는 세 식구다.

우리 아가를 처음 만난 날,

나를 한 층 더 성장시킨 그 날, 잊을 수 없는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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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피치 림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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