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요일 아침 9시 반 즈음
서울에서 통영으로 출발
여러가지가 우리 여행의 이유였다.
통영으로 가자고 말을 꺼낸 건 호산이었고, 호산보다 더 마음에 쏙 들어한 건 나였다.
버스보다는 기차가 좋다고 앞다투어 말했지만
1박 2일 여행에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기차비도 만만치 않아 아쉬움을 달래며 버스로 고고
출발할 때는 고속, 돌아올 때는 우등으로 해주는 센스까지 ㅎㅎ

4시간만 타고가면 되는 거라서 (?) 고속과 우등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오히려 돌아 올 때 우등 발 받침대가 고정되어있어서
자다가 발 석고되는 줄 알았다;;

2시간 버스 승차. 20분 휴식 ㅎㅎ 그리고 또 2시간 버스 승차
생각보다 통영은 가까웠다. 겁 먹을 만큼 먼거리는 아니었다.
내리자마자 먹을 곳을 찾아다녔다. 사실 대충의 루트만 정해놓고 이것저것 디테일하게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
물론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요런 여행도 가능했다.
터미널에서 쭈뼛거리다가 관광 안내해주시는 가이드 분에게 맛집을 물어봤는데
그녀 역시 잘 모르는 눈치였다.
대충 저 쪽으로 가보라는 말 뿐. 그래서 대충 저 쪽으로 갔더니 대박집이 나왔다. ㅎㅎ
거의 태어나서 처음 굴을 먹어봤다 싶을 정도로 굴은 입에도 안댔었는데
굴 국밥에 굴 영양솥밥까지
비린내는 커녕 완전 고소하고 쫄깃한 통영의 굴 맛 캬아
호산은 내가 하도 입에 쑤셔 넣어서 같이 먹은 게 억울하다고 했다


서울 버스와 무어 다를 것이 있으리오 ㅎㅎ
하지만 배도 부르고 등도 따순 우리는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에 요런 깜찍함을 발산해 주셨다 ㅎㅎ

통영에는 동백꽃을 모티브로 한 관광 상품이 엄청 많았다.
스킨 로션부터 먹는 것 입는 것까지..
정작 동백꽃이 많지는 않았는데, 케이블카 타러 올라가는 길에 몇 송이가 눈에 띄었다.
봄에 보는 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봄의 꽃은 "나 필 때 되어서 피었슈" 이런 느낌이라면
겨울의 꽃은 대 놓고 "나 좀 봐" 이런 의기양양한 느낌이었다.
좀 더 섹시하달까ㅎㅎ

서울 남산 케이블카, 설악산 케이블카를 경험해 본 여기 1人은
미륵산 케이블카처럼 스릴 만점의 케이블카는 처음이었다.
일단은 굉장히 사이즈가 작다. 대인 4명이면 꽉 차는데,
바람 부는 것에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다.
케이블카를 타면 볼 수 있는 동양의 나폴리 (?) 통영시내 모습이나
미륵산도 아름다웠지만
그 보다는 함께 탔던 커플이 더 인상적이었다 ㅎㅎ
아,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통영시민과 관광객의 케이블카 이용료가 다르다는 것! -.-

케이블카에서 내렸는데 꼭대기가 아니다;;
엄청 투덜거리며 15분 가량을 등산하니 진짜!!! 정말!!! 정상이 나왔다.
호산과 뽈뽈거리며 몇 번의 카메라 테스트 끝에 건진 사진!!
이 ......... 없다 ㅠㅠ
어쨌든 많이 춥지 않은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전쟁하기 딱 좋은 섬 지형하며
어렸을 때 배운 리아스식 해안의 신비로운 광경 ㅎㅎㅎ
5시, 마지막 케이블카 시간.
걸어서 내려간다면 죽는다는 일념 하나로 시간 맞춰 미친듯이 내려와
해저터널로 고고.
군사용으로 만든 것이다, 관광용으로 만든 것이다
쓰잘데기 없는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엔 아주머니들의 메아리 웃음 소리에 압도되어 사진 찍었던 기억이 ㅎㅎ

난 통영이 타칭 "동양의 나폴리" 인 줄 알았는데,
자칭도 하더라. ㅎㅎ

충무깁밥은.......
진짜 오리지널 집만 몇 백개
그리고 결론적으로...........
서울이......
난 것 같다 심지어 ㅎㅎ

아침을 먹었던 마산 복국집.
이 집은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데,
이 집의 이름이었던 "마산 복국집" 부터가 아이러니.
통영은 마산이 아니고, 이 집에서는 복국도 팔지 않았다.
이 집도 역시 동네 빠삭하게 잘 알아 보이는 아저씨한테 추천받아서 간 맛집인데,
분명 한 끼에 4000원이라고 소개 받고 간 건데
우리한텐 5000원씩 받더라.
통영은 케이블카도 대 놓고 통영시민이랑 관광객 따로 받더니 심지어 음식점도 ㅠㅠ
하지만 참 맛났다아..


동피랑 벽화 마을.
뭐니뭐니 해도 까페가 가장 인상적.
사이다 사러 "파고다 까페" 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실상 까페가 아니고 간판만 그렇게 써 놓고 그냥 동네 완전 구멍가게)
할아버지가 날 추우니까 따뜻한 곳에서 사이다를 먹고 가라는 거다.
근데 그 따뜻한 곳은 다름아닌 천막으로 바람 막아놓은 길 거리. ㅎㅎㅎㅎ
관광객이 찍어 준 폴라로이드 사진을 잔뜩 붙여놓은 할아버지는
우리한테도 큰 카메라 안 가져왔냐고 하셨다. ㅎㅎㅎ


이순신 공원.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이순신 공원.
통영 최고의 장소다 개인적으론..
바위에 붙은 굴 보고 채취본능 발휘된 호산.
돌로 껍데기를 깨부서 바닷물에 씻어 먹는 야생적인 모습에 반해 따라 먹어 봄.
그렇게 난 난생처음 생굴을 먹었다 ㅎㅎㅎㅎㅎ
호산의 엄마는 어린 호산을 데리고 바닷가에 갈 때,
초고추장을 가지고 가셨다는 충격발언도 해주었다 ㅎㅎㅎㅎㅎ
덕분에 정말 재미있는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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